등록 : 2017.12.18 19:23
수정 : 2017.12.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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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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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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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대출금리 상승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케이비(KB)국민·신한·케이이비(KEB)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18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0.15%포인트씩 올렸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달보다 0.15%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나와 농협은행의 경우 신규 대출 최고금리가 4.5%를 넘어섰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 문제는 금리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최근 몇년간 내부적으로 대출상품 가산금리의 주요 구성 요소인 목표이익률을 높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시중·지방·특수은행 15곳 중 10곳이 목표이익률을 올렸다. 목표이익률은 은행이 대출상품을 팔아 이익을 얼마나 낼 것인지 자체적으로 정한 수치로, 순수 마진에 해당된다. 통상 목표이익률을 높이면 가산금리도 오른다. 대출금리는 코픽스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이들 은행이 목표이익률을 높일 때 한은은 기준금리를 2013년 12월 2.50%에서 다섯 차례 인하했고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는 1.25%를 유지했다. 그동안 금리 하락기에는 가산금리를 올려 기준금리가 인하된 만큼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더니 이제 기준금리가 오르자 바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금리 장사’를 통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1조2천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조5천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고, 2011년의 13조원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지난해 3분기 3.21%에서 올해 3분기 3.24%로 올린 반면, 예금금리는 같은 기간 1.27%에서 1.18%로 내렸다. 예대마진이 1.94%에서 2.06%로 0.12%포인트 확대됐다. 가계는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은행이 돈을 많이 버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은행이 공공성은 외면한 채 ‘전당포식 영업’을 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금융회사가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실제 시장금리와 조달금리 상승과는 무관하게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일이 없도록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 근거가 합당하지 않으면 다시 내리도록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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