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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줄세우기로 돌아가려는가 |
서울시교육청이 그제 내놓은 ‘서울 학생 학력 신장 방안’에는 학부모들이 반길 만한 내용이 여럿 있다. 학습 부진학생 담임교사 책임지도제 도입, 학급당 학생수 감축, 학교 도서관 증설과 학생·학부모·주민 확대 개방 등이 그것이다. 서술·논술형 평가와 수준별 이동수업의 비율을 해마다 늘리는 것도 내용만 충실하다면 타당한 방향이다.
이런 계획이 무리 없이 실행되려면 여건 조성이 전제가 된다. 특히 학습부진 학생 대책은 공교육의 성패를 가른다는 각오로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나가는 일이다. 책임이 커지는 만큼 교원 수도 늘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잡무도 줄여야 한다. 연수와 교재 개발 등에서 지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다.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사실상 부활하고 수·우·미·양·가 식의 단계별 평가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은 다시 ‘성적으로 줄세우기’로 돌아가려는 듯해 우려가 앞선다. 교육청 쪽은 “학업 성취도를 평가해 교수·학습의 질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자칫하면 일제고사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점수의 노예로 만들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주범이 될 수 있다. 수업도 시험 중심으로 왜곡되기 쉽다. 학교가 학생의 학력을 책임지는 대신 전날처럼 성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애써 없앤 단계별 평가 방식을 부활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학부모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면 개별 면담으로도 충분하다.
학교가 학생의 학력 높이기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방법도 교육적이어야 한다. 학부모들도 ‘시험 성적이 곧 학력’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버리고, 학교를 중심으로 모든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참여하고 압력도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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