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8 18:19
수정 : 2017.12.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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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기업협회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 앞에서 “개성공단 폐쇄결정 과정에 최순실씨의 개입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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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이루어진 개성공단 철수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결정됐다고 28일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밝혔다. 한반도 정세의 안전판이었던 개성공단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폐쇄되고 만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이 대통령 개인의 생각에 따라 멋대로 뒤바뀌면서 한반도 위기가 증폭되는 결과를 빚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혁신위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보면, 당시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의 즉흥성을 감추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폐쇄 결정은 박 전 대통령의 2016년 2월8일 지시로 이미 결정됐으며 이틀 뒤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는 이 지시에 사후적 정당성만 부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고 발표했다. 중대한 외교·안보 사안을 놓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는 절차도 생략했다. 박 전 대통령이 마치 유신시대의 ‘통치행위’처럼 매우 자의적으로 남북문제를 다루었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이유로 ‘임금의 핵개발 전용’을 들었는데 이 또한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전용 주장은 북한 정권의 내부 사정을 깊숙이 알 길 없는 탈북자들 전언이나 정황에 기댄 것이어서 당시에도 객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도 ‘박근혜 청와대’는 이런 신빙성 없는 주장을 폐쇄 근거로 들이밀었으니, 대북정책이 얼마나 졸속적으로 결정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남한 기업의 손해는 한해 5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우리 기업을 제재한 셈이다. 정부는 혁신위 권고대로 경협 사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법률을 마땅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2004년 출범 이후 꾸준히 발전해 남북관계의 보루 구실을 했다. 북한이 공단 폐쇄 뒤에도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한 사실은 전임 정부의 결정이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남북관계만 악화시켰음을 확인해준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결정으로 이루어진 개성공단 폐쇄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남북 경협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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