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9 18:06
수정 : 2017.12.29 19:14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29일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전체 대상자 6444명 중 일반 형사범이 99%이고, 시국 사건으로는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 25명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정치인으로는 정봉주 전 의원만이 대상에 들었다.
현 정부 출범 7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사면은 비교적 엄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경제인 사범뿐 아니라 시국 사건 관련자들도 최대한 절제해서 사면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용산참사 이외에 제주 해군기지, 경남 밀양 송전탑, 세월호 참사, 사드 반대 등 주요 시국 사건들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주 강정마을의 경우 463명의 형사처분이 확정됐지만 111명은 재판 중이어서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고, 용산참사 관련 25명은 모두 재판이 종료돼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용산참사는 경찰의 과도한 진압 탓에 철거민과 경찰 등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였다. 사회 갈등 치유 차원에서 사면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용산뿐 아니라 제주 강정마을 관련자들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집행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사면을 적극 검토했어야 옳았다고 본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번에 제외된 것도 아쉽다. 그는 13건의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2016년 1월 구속 기소됐고,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종교계, 노동계에선 한 위원장이 지난 정권의 잘못된 노동탄압 정책으로 구속됐다며 사면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앰네스티와 국제노동기구(ILO)도 그를 대표적 양심수로 규정하고 있다. 형기도 이미 절반을 훨씬 넘었다. 한 위원장 문제를 두고는 문 대통령이 보수 세력의 반대 여론을 너무 의식한 듯하다. 노사정 대타협 차원에서도 한 위원장을 제외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면에서 주요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제외된 건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자는 사면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 약속을 지켰다. 이 원칙 때문에 경제인들 상당수가 포함되지 못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은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비케이(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형이 선고돼 만기 출소했다. 이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여러 차례 선거에서 기회를 박탈당했다. 지난달 현역 의원 125명이 그의 사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 정 전 의원 한 명만을 콕 집어 ‘1인 사면’ 비슷한 형식으로 해야만 했는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최소한도로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임기 중에 사면권을 남용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도 사면권을 매우 엄밀하고 제한적으로 행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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