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여성·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목적별 신분등록법 제정을 위한 공동행동’이 어제 정부의 호주제 대체법안에 대해 비판을 제기함으로써, 대체입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새로운 신분등록제를 마련하는 데서 우선 중요한 것은 그동안 호주제의 폐해로 지적된 여성 차별을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 개인정보 통제 완화를 통한 인권 개선도 소홀히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은 제도의 큰 틀이 마련될 때 확실히 정리되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법무부가 마련한 대체법안은 기대에 많이 못미친다. 법무부는 개인별 신분등록을 원칙으로 했다면서도 ‘국적 및 가족관계 등록부’에 온갖 개인 정보를 통합하는 안을 내놨다. 여기엔 본인와 부모, 양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의 정보가 담긴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은 ‘가족증명서’나 ‘상세증명서’를 떼면 자세히 드러나게 된다. 이런 방식은 개별 정보를 통합해 보존하지 않는다는 국제적인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그동안 시·구·읍·면 등에서 관리하던 등록 신고서류를 모두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도록 규정한 것도, 중앙집중에 따른 통제 강화 우려를 낳는다. 본적과 별 차이 없는 ‘등록 준거지’ 개념 신설, 자녀가 어머니 성을 따르려면 취지와 사유를 제시하고 혼인 당사자의 협의서를 첨부하도록 한 규정 등도 가부장적 가족제 개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혼인 외의 자식을 구별해 신고하도록 한 것은 출생에 따른 차별을 조장할 우려가 높다.
신분등록제의 변경은 사회적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차별 해소와 인권 신장이라는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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