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7 19:55
수정 : 2005.11.27 19:55
사설
국회로 넘어간 8·31 부동산 종합대책의 입법안 내용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정부·여당은 애초 안을 잇달아 완화했다. 야당은 아예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각종 개혁입법이 국회만 가면 흐지부지되거나 누더기로 전락했던 전철을 되밟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문제다. 당정은 최근 재건축 아파트에 물리는 기반시설 부담금 대상 폭과 세율을 크게 낮췄다. 경제부총리는 앞서 보유세 실효세율 1% 달성 시기를 뒤로 늦추겠다고 밝혔다. ‘헌법으로도 바꾸기 힘든’ 대책이란 게 이렇게 물러터져서야, 누가 정부의 집값 안정과 투기근절 의지를 믿을 것인가. 이미 부동산 대책 완화 기대감으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8·31 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물론 시장 변화를 정책 요인으로만 설명할 순 없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책 일관성이 성패의 핵심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노골적으로 ‘부자 논리’를 대변하며 8·31 대책 무력화에 나섰다. 핵심 법안인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을 넓히는 데 반대하더니 이젠 아예 종부세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공공연히 흘린다. 다른 한편에선 50%인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율을 33%로 더 낮추고 종부세 면제 대상은 더 늘리자고 한다. 이렇게 되면 8·31 대책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앞으로 행정·혁신도시 추진 과정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보상비가 풀리면 투기의 잠재 수요는 더 커질 것이다. 미온적인 투기 억제책은 시장 실패를 바로잡기는커녕 시장의 내성만 키울 뿐이다. 미흡한 8·31 대책마저 더 후퇴시킨다면, 부동산 대책은 이 땅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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