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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7 20:49 수정 : 2005.11.27 20:49

사설

그는 검찰에 잡혀와서도 큰소리를 쳤다. “판을 엎어버릴까 말까”라며 수사검사를 압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형 형사사건의 마당발 브로커 노릇을 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윤아무개씨 이야기다. 과거에도 “내가 입을 열면 …”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윤씨의 경우는 특별하다.

윤씨가 갖고 있는 수첩을 보면, 그의 말이 결코 허황된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경찰과 검찰·군·정치권 등의 유력인사 수백명의 전화번호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 수첩은 그의 ‘돈벌이 원천’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수첩에 이름이 적혔다고 해서 곧바로 비리에 연루됐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의 로비 전력 등에 비춰볼 때 수상쩍은 냄새가 물씬 풍긴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의 수준에 상응하는 범죄자를 품는다. 그가 ‘현존하는 국내 최대 브로커’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의 거물이라면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얽히고 설킨 부패 사슬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터이다.

수사의 핵심은 그가 강원랜드에서 돈세탁한 수백억원의 출처와 사용처를 밝히는 일이다. 특별한 사업도 하지 않은 윤씨가 이런 거액을 굴렸다는 것은 그가 각종 이권에 개입해 로비자금으로 주고받은 돈의 규모가 엄청남을 의미한다. 그가 경찰 등에 ‘청탁수사’를 시킨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도 당연히 밝혀야 할 대목이다. 윤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인사 중에는 검찰 관계자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검찰 수사 착수 사실을 미리 알고 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대비를 한 것도 내부 비호세력의 존재 가능성을 떠올린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스스로 ‘자정 차원의 수사’라고 밝혔다. 자정은 치부를 온전히 드러낼 때 가능하다. 엄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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