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07 18:42
수정 : 2018.02.0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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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왼쪽 두번째)이 손을 흔들며 예술단을 배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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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왼쪽 두번째)이 손을 흔들며 예술단을 배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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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평창 겨울올림픽 고위급 대표단 단원으로 남한을 방문하기로 했다. 형식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실질적인 ‘북한 2인자’로 꼽히는 김여정의 방남은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대하는 자세가 어떠한지 분명하게 드러낸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기회로 삼아, 남한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돌아보면, 지난달 초 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뒤 북한은 대규모 응원단과 예술단 파견, 남북 단일팀 구성 등에서 매번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을 이어왔다. 특히 김여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직계가족으로서 누구보다 김 위원장과 가감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로 꼽힌다. 김정은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말까지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여동생을 남쪽에 보내기로 한 건, 평창 올림픽에 임하는 북한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남쪽과 여과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깔려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여정을 통해 북한 정권의 속내를 들을 수 있고, 우리 정부의 의사도 훨씬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북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간 소통에 가장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신뢰다.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서 ‘평창 이후’까지 남북대화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김여정의 방문은 궁극적으로 핵·미사일 문제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결정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그동안의 ‘강한 제재’ 덕분이라고 주장하며, 평창을 발판으로 한 ‘북-미 대화’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제재’는 ‘평화’를 향한 수단이지, 제재 자체가 목적은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제재 지속 여부와 상관없이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하는 건 피할 일이 아니다.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를 만나는 것보다 북한 대표단을 만나는 게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에 다가서는 현실적인 길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서, 올림픽을 계기로 모처럼 형성된 한반도 평화 기류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상황 관리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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