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2 18:06
수정 : 2018.02.12 18:50
북한 예술단이 방남 일정을 마치고 12일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북으로 돌아갔다. 전날 열린 예술단 서울 공연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남겼다. 현송월 단장이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을 불렀고, 이어 남쪽 가수 서현이 무대에 나와 ‘우리의 소원’을 북쪽 가수들과 함께 부른 뒤 서로 뜨겁게 포옹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연을 보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문화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02.11 / 청와대사진기자단
|
정치가 다 하지 못하는 일을 문화와 스포츠는 할 수 있다.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문도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스포츠 행사가 계기가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화·스포츠 교류는 멀어진 마음을 다시 모으고 분단의 벽을 헐어내는 데 더없이 좋은 수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북쪽에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경평축구’ 부활 제안을 한 것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도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오찬에서 ‘경평축구를 다시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뜻을 밝혀서, 박 시장의 제안은 성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박 시장은 내년에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전에 평양시 선수단이 참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는데, 만약 실현된다면 남북 화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상회담 등 정치적 과정과는 별개로 문화·스포츠 교류는 다방면에서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정치적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문화·스포츠 교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지난 보수정권 시절 남북의 문화·스포츠 교류는 냉랭하다 못해 사실상 단절됐다. 그사이 분단의 골은 깊어졌다.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다시 찾아온 기회를 살려 나가야 한다. 문화와 스포츠가 남과 북의 마음을 묶고 화해·협력의 길을 여는 데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