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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0 18:46 수정 : 2018.02.21 09:45

미국 지엠(GM) 본사의 배리 엥글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0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정치인들과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 태스크포스’ 위원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엥글 사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미국 지엠(GM) 본사의 배리 엥글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0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정치인들과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 태스크포스’ 위원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엥글 사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미국 지엠(GM) 본사의 배리 엥글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0일 방한해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잇따라 면담을 했다. 지엠 본사는 설 연휴 직전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발표하고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엥글 사장은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지엠의 회생 계획을 위해 지엠은 지엠의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한국지엠 노조와 한국 정부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의 협상과 관련해 나중에 더 적당한 시기에 이야기하겠다. 세부사항은 비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면담에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신차 두 종류를 부평과 창원 공장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지엠의 생산량이 연간 50만대를 밑도는데, 앞으로 50만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엥글 사장의 방한은 우리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압박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은행 관계자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정상화 계획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엠 쪽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여기에 혼선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엠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한국지엠에 대한 경영정상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엠은 글로벌 사업 재편이라는 명분으로 한국지엠의 수출 물량을 줄여놓고 이를 대체할 차종을 배치하지 않았다. 또 지엠 본사와의 비정상적인 거래 탓에 한국지엠의 적자 규모가 커졌다. 지엠 본사가 한국지엠에 빌려준 자금 중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3억8천만달러(4천억원)를 회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영난 때문에 공장 폐쇄를 결정한다면서 수천억원의 자금을 빼내 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뒤 한국에서 철수하는 ‘먹튀’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정상화 의지’는 말로만 해서는 믿음을 얻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중장기 투자 계획과 경영 투명성 제고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밀한 경영 실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지엠은 산업은행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지엠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2월 말 협상 시한’부터 철회해야 한다. 엥글 사장은 13일 군산공장 폐쇄 방침 발표 뒤 “지엠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 관계자와의 지속적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경영 실사를 하고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엠 본사의 자구책을 전제로 ‘고통 분담’을 약속했다. 지엠이 신차 투입의 구체적 로드맵, 수출 물량 확대를 위한 계획, 차입금 전액(약 3조원)의 출자전환 방침 등을 내놓으면 노조도 상생을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엠의 협박에 밀려 우리 정부가 조건 없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결국 사태 해결의 첫 단추는 지엠의 진정성 있는 경영정상화 방안 제시다. 우리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이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 지엠 역시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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