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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1 18:13 수정 : 2018.02.21 19:08

최근 서울 유명 종합병원의 한 신입 간호사가 목숨을 끊은 사건을 둘러싸고, 이른바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것을 뜻하는 은어다.

간호사들의 자살이나 임신순번제 같은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고질적 병폐인 ‘태움’ 문화가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2년 전 대한간호협회 등과 함께 ‘괴롭힘 문화 금지’를 실천과제로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20일 발표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도 40.9%가 지난 1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근로조건 위반 등의 인권침해를 겪은 적 있다는 응답은 70% 가까이 나타났다.

한 번의 실수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병원이란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간호사들의 교육과 훈련이 엄격해야 함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현장 간호사들의 증언을 보면, 이는 교육을 빙자한 가혹행위라 볼 수밖에 없다. 폭언이나 욕설, 신체적 폭행 같은 직접적인 폭력뿐 아니라 업무 비협조, 따돌림 등 교묘한 형태의 괴롭힘은 사람의 몸은 물론 영혼을 갉아먹는 법이다. 우리나라 간호사의 평균 근속연수가 5.4년에 불과하고 경력 1년 미만 간호사 평균 이직률이 33.9%에 달한다는 통계가 말하는 게 무엇이겠는가. ‘폭력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의료계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태움 문화 못지않게 큰 병폐라 할 수 있는, 교수에서 전공의, 간호사로 이어지는 ‘갈굼의 연쇄구조’ 역시 없어져야 한다. 동시에 열악한 의료계 노동조건과 업무 시스템이 이런 악습을 키우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에도 우리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5.4명인 미국, 7명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25~40명에 이른다.

직장 내 괴롭힘은 점점 사회의 커다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선 응답자의 66.9%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이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답했다. 충격적인 것은 ‘한 주에 한 번가량 괴롭힘을 당한다’는 이들 가운데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20.6%나 됐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일터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로 여겨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한 독일·프랑스·영국 등처럼 우리도 법제화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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