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이끌던 이수일 위원장이 사퇴했다. 교육부의 교원평가제(평가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그는 합리적 대안노선을 견지해 왔다. 평가제 도입을 근무평정제 쇄신과 교장보직제 단계적 도입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려 했다. 평가제의 조건부 수용으로 해석돼온 이 노선은 26일 대의원대회에서 승인받지 못했다. 반대파의 평가제 원천봉쇄 노선도 부결됐지만, 대회 결과는 집행부의 조건부 수용 노선이 거부된 것에 강조점이 놓일 수밖에 없다.이런 현실 앞에서 “전교조가 추구하는 가치의 중심엔 과연 ‘학생의 교육’이 있는가, ‘교사의 이해’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 위원장은 “국민 대다수는 교원평가 제도를 도입하라고 질책했다”고 말했다. 그것이 학생을 위한 길이라고 국민은 믿는다. 그러나 전교조는 조건부 안마저 거부했으니, 그런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때문에 전교조와 함께 가시밭길을 걸어온 이들마저 전교조를 ‘과격한 구좌파’로 규정한다. 원혜영 의원(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전교조의 결정은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조직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굳이 원 의원을 꼽은 것은 그가 재야출신 여당 당직자라서가 아니다. 전교조가 추진해온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재정 국내총생산 6% 실현,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법제화 등에서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세력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교조로서는 게도 구럭도 잃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전교조가 추구하는 가치의 중심엔 언제나 ‘학생’이 있었다. 전교조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만약 거기에 ‘교사의 이해’가 놓인다면, 짠맛 잃은 소금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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