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23 17:40
수정 : 2018.02.23 19:10
잊을 만하니 또 검찰 비리 사건이 터졌다. 지난달 비위 혐의로 감찰 조사를 받던 지청장이 자살을 시도하더니 이번에는 현직 검사 2명이 수사 기록을 수사 대상인 변호사에게 넘겨준 혐의가 드러났다. 수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독점한 비대한 검찰 권력의 문제점과 함께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서울고검 감찰부(부장 이성희)는 100억원대 국가보상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던 최아무개 변호사에게 수사 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추아무개 검사와 최아무개 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검사는 2014년 서울서부지검에 근무할 당시 자신이 담당한 사건의 수사 자료와 개인정보를 최 변호사 쪽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변호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과 전과조회서 등 수사 관계자가 아니면 확보할 수 없는 자료를 확인하고 유출 경위를 추적해왔다고 한다.
최 검사 역시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최 변호사의 주가조작 혐의를 내사할 당시 진술조서 등 수사 자료를 유출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사고 있다. 최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별개의 두 사건 관련 검사들이 그에게 수사 자료를 넘겨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진경준 검사장과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 등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이번에는 소장 검사들까지 수사 기밀을 유출했다니 검찰의 도덕성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검찰이 개혁 요구에 얼마나 둔감한 조직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최 변호사 사건은 대형 게이트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의 사업 파트너였다가 사이가 틀어진 ㄱ씨가 2015년 2월 최 변호사의 횡령·탈세 혐의를 서울서부지검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최 변호사가 군 비행장 소음피해 사건을 변론하면서 승소해 받은 보상금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으나, 검찰은 횡령액을 축소하고 탈세 혐의를 빼놓은 채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최 변호사가 검찰·국세청 등에 로비한 흔적이 드러나 있다. 사건 처리 과정을 보면 수사검사 ‘윗선’의 개입 가능성도 짙다. 특히 박근혜 정부 고위층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성역 없는 수사와 함께 검찰개혁 작업을 더이상 미적대지 말고 서둘러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