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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3 18:24 수정 : 2018.02.23 19:10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3일 청와대 앞에서 ‘김영철 방남’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자유한국당이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맹렬히 비판하며 극언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대표단 단장인 그를 ‘천안함 피격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해서다. ‘한국땅을 밟는 즉시 사살하라’거나 ‘연쇄살인범 긴급체포하라’는 험악한 발언과 ‘육탄저지’ 얘기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선 ‘반역행위’ ‘이적행위’ ‘북한과 공범’이란 표현까지 사용했다. 야당이 남북관계 현안에서 정부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런 식의 무책임한 태도는 곤란하다. 감정에 치우친 극단적 대응이 살얼음판 같은 한반도 정세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물론, 폐막식 ‘손님’ 자격이라지만 김영철의 방문을 언짢아하는 국민도 제법 있을 것이다. 김영철이 천안함 피격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분명치 않다. 민군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어떤 기관, 어느 인물이 주도했는지 특정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정원도 23일 국회 정보위에서 “(배후로)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지시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그를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릴 때도 천안함 사건과 직접 연계하진 않았다. 그에 대한 제재는 금융제재일 뿐 여행 금지는 아니어서, 이번 방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남북 군사회담 당시 북쪽 수석대표이던 그를 거부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터이다. 새누리당 역시 당시엔 그를 천안함 사건과 연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북대화 진전을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자유한국당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이중잣대를 거둬야 한다. 북한 의도가 ‘남남갈등 조장’에 있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더욱 냉정하고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게 공당의 자세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 문제와 무관한 국회 사법개혁특위까지 멈춰 세웠는데, 이런 태도야말로 북한 의도에 말려든 것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현재 북한에서 남북관계 최고 책임자다.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을 놓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인물이란 얘기다. 자유한국당 요구대로 확실하지 않은 과거 행적을 문제삼기 시작하면 북한과 대화하는 일은 아예 불가능해진다.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 된다면 어떤 인물과도 얼굴 맞대는 일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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