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09 19:21
수정 : 2018.03.09 21:24
|
그래픽 / 장은영 김승미
|
|
그래픽 / 장은영 김승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주일 전인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 철강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을 때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강력히 반발하며 정면대응을 경고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의 다수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말렸다. 최고위 경제보좌관인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은 항의의 뜻으로 사표까지 던졌다. 미 언론들도 미국 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모두 무시했다. 불통과 독단의 국정 운영 방식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11월 중간선거용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수입 규제를 통한 일자리 확대를 성과로 내세워 자신의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라는 것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국제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연합은 이미 미국산 철강은 물론 오토바이업체 할리 데이비드슨, 위스키업체 버번, 청바지업체 리바이스 등 상징적 브랜드들을 타깃으로 삼아 보복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도 콩과 옥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보복 방침까지 밝혔다. 무역전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당장 우리는 대미 철강 수출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9일 내놓은 ‘트럼프발 철강 전쟁의 의미’ 보고서를 보면, 우리의 연간 대미 철강 수출이 21.9% 감소하고 앞으로 3년간 일자리가 1만4천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를 마지막으로 설득해볼 시간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다. 미 상무부는 중요한 안보관계가 있는 국가가 관세 부과 시행 시점인 23일 전까지 철강 공급 과잉 등 미국의 우려를 해소한다면 예외 국가로 인정해준다는 방침이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와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미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만약 예외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 제소는 단독으로 하지 말고 국제 공조를 통해 여러 국가들과 함께 해야 효과가 크다.
철강 관세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철강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내세워 자동차 등 관심 분야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차단하면서 개정 협상을 통해 철강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치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 관련 기사 : 트럼프 끝내 ‘관세폭탄’…정부 “관세경감·예외품목 협의 주력”
▶ 관련 기사 : 미국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안에 각국 반발…무역전쟁 본격화?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