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16 17:59
수정 : 2018.03.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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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준비위원회 첫 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18.3.16 scoop@yna.co.kr/2018-03-16 15:42:5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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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16일 첫 전체회의를 열어, 4월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이달말 남북 고위급회담 추진도 북쪽에 제안하기로 했다. 준비위가 첫 회의에서 초점을 잘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사전 회담’ 성격이 짙다. 그런 만큼 청와대가 정상회담 준비위를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위주로 짠 것은 합리적이다. 남북의 경제협력 문제는 안보와 관련된 핵심 의제의 큰 틀이 잡히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이루어진 뒤에 다시 논의할 수 있다.
4월 정상회담은 남북 정상이 만나 당일 합의를 도출하는 ‘하루 회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루 회담이라 하더라도 사전에 준비만 잘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과거 1, 2차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2박3일간 열렸지만, 이번에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다. 회담 장소의 성격상 복잡한 의전과 절차를 털어버리고 곧바로 핵심 의제로 들어가 결론을 끌어내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4월 남북정상회담은 지난달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이미 간접적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특사 방북과 방미로 비핵화와 북-미 대화를 포함해 가장 중요한 의제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따라서 하루 회담으로도 정상들이 뜻만 맞춘다면 얼마든지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되려면 남북 양쪽에서 의제를 집약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준비위가 해야 할 일이다.
4월 남북정상회담의 방식을 두고 등장한 ‘고르디우스 매듭 끊기’에 대한 우려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우려할 일만은 아니다. 북한 핵무력이 고도화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상 간 회의를 통해 핵심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식일 수 있다. 지루한 논의 끝에 합의를 보더라도 정상들 간의 직접 담판이 빠진 탓에 합의가 무너져버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05년 9·19공동성명도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 방안까지 합의했지만 북-미 사이 불신이 해소되지 않아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사이에 이미 ‘비핵화’ 문제가 핵심 의제로 등장한 상태에서 열린다. 북한의 비핵화와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 제공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돼야 할 문제이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이와 관련한 중대한 진전을 끌어낼 수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남북 정상이 합의를 본다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도 큰 동력이 될 것이다.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선순환을 이루면서 역사적인 대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정상회담 준비위는 이런 사안들을 꼼꼼히 검토해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위한 담대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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