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9 21:43
수정 : 2005.11.29 21:43
사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규모가 5천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1974년 100억달러를 기록한 지 한 세대 만이며, 3천억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국내총생산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었으니 가히 통상대국이라 할 만하다. 우리 경제 발전을 이끌어 온 수출의 힘찬 궤적은 온 국민의 자랑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가린 문제점을 극복하는 일 또한 막중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교역조건(수출 한 단위와 교환할 수 있는 수입량)이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건 큰 문제다. 많이 팔긴 하는데 실속은 점점 줄어든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일본·대만에 견줘서도 떨어진다. 편중된 무역 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 기술 위주의 중저가 제품이 여전히 많다. 세계 1등 상품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은 무심코 볼 일이 아니다. 관광과 물류, 금융 등의 분야로 수출 다변화를 꾀하는 복합무역으로 적극 전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역상품과 대상국의 편중 현상도 위험 수위다. 현재 수출품은 반도체·자동차·휴대전화, 수출국은 중국·미국·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량이다. 몇몇 품목과 나라의 의존도가 커지면 그만큼 불안정성도 높아진다.
수출 경기는 좋다는데 내수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도 심상찮다. 수출 경기가 국내 경제 흐름과 단절된 탓이다. 단적인 보기로, 수출 10억원당 취업유발 계수는 1990년 46명에서 2000년에는 15명까지 떨어졌다. 수출이 내수와 고용으로 이어지려면 국내 중소기업과 부품소재 산업 육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본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서는 국외기업들의 배만 불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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