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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21 18:10 수정 : 2018.03.21 19:06

대통령 개헌안 발의 ③

땅은 애초 있었지 누가 만든 것이 아니다. 사람이 노동력을 투입해 땅의 이용가치를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오늘날 토지가치 상승은 대부분 토지 소유자의 노력보다는 국가와 지방정부 등의 사회인프라 투자에 의해 일어난다. 그런데 그 이득이 토지 소유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때, 토지는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고 투기의 대상이 된다. 토지의 소유 집중과 급격한 가격 상승은 자산소득 불평등을 키우고, 사람들의 노동 의욕을 떨어뜨린다. 한정된 토지를 공동체를 위해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일도 방해한다. 많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토지에 무겁게 과세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 소유권 행사에 여러 제한을 두고 의무를 부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농지개혁으로 농지 소유의 집중 문제를 해결했다. 농지개혁은 고도 경제성장의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척되면서 토지 문제가 점차 심해졌다. 우리나라 토지가격은 1964년 1조9300억원에서 2016년 6981조원으로 3617배 올랐는데, 토지 소유는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유의 26%를, 상위 10%가 65%(이상 2013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소수에 집중돼 있다. 2016년 한해 동안 전체 토지가격은 409조원이나 올랐다. 이는 그해 국내총생산의 2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 경제와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토지·부동산 투기가 횡행하고 불로소득인 토지 지대가 소득 분배를 좌지우지하는 구태를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1987년 개정된 헌법에 ‘토지 공개념’이 담겨 있기는 하다. 개인의 재산권을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제약할 수 있게 했고,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은 우리나라 토지 문제의 심각한 현실을 외면하곤 했다.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에는 종합부동산세법의 세대별 합산과세 조항에 위헌 결정을 했다.

현재 진행중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관련 헌법소원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헌법에 토지공개념 조항을 명확히 해야, 국회 입법이 위헌 시비 없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21일 대통령 개헌안을 설명하면서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토지공개념 내용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개정 헌법에 담아야 할 내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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