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17 18:11
수정 : 2018.05.17 19: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한 ‘리비아 모델’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각) “리비아 모델이 우리가 적용중인 모델인지 알지 못한다”며 “우리가 리비아 해법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천명한 리비아 모델과 거리를 둔 백악관의 발표는, 북-미 정상회담 앞에 조성된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와 함께 백악관이 ‘선 비핵화, 후 보상’을 뜻하는 리비아 모델 대신에 ‘트럼프 모델’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백악관의 트럼프 모델 거론이 워낙 단편적이어서 그 발언만으로 진의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한 말인 이상 단순한 레토릭(수사적 표현)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트럼프 모델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명확한 형태로 드러난 적은 없지만, 내용을 짐작할 만한 정황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면담할 때 미국의 ‘새로운 대안’을 환영하고 ‘만족한 합의’를 보았다고 한 점을 염두에 두면, 그 대안이 트럼프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협상에는 파트너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면서도 ‘단계적·동시적 조처’를 강조하고 있다. 그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강조해온 ‘시브이아이디’(CVID), 곧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을 공동목표로 삼아 일괄타결하되, 단계별 이행과 상응하는 보상 조처를 압축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트럼프식 해법이라고 볼 이유가 상당하다. 북한이 미국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거부한 이상, 빅딜을 통한 단계적·압축적 주고받기가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에 관건이 되는 것은 의제의 접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도 심리적·정서적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화 상대방을 존중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미 대화에 악재가 된 볼턴 보좌관처럼 상대에 대한 고려 없이 자기주장만 하면 협상의 분위기가 일그러질 수 있다. 신뢰의 위기야말로 협상을 망치는 ‘악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