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2 19:52
수정 : 2005.12.02 19:52
사설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조짐이라고 한다. 검찰은 “아직도 수사 중”이라며 성급한 예측을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벌써 파장 기미가 역력하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사 사장이나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등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으리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삼성의 기아차 인수로비 의혹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으리라고 한다. 검찰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것이 무색해지고, ‘그러면 그렇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예상했던 대로 삼성이나 홍씨 쪽은 “그런 일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전혀 손을 쓰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다른 사건에서는 피의자의 거짓말을 잘도 뒤집어 구속시키는 검찰이 왜 이 사건에서는 이렇게 허약하기만 한지 이해할 수 없다. 애초부터 ‘하기 싫은 수사’를 억지로 하다 보니 의욕이 없는 탓일까.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까지 이 잡듯이 압수수색을 한 검찰이 삼성에 대해서는 왜 그런 과단성을 보이지 않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정-경-언 유착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내 이 땅에서 영원히 그 병폐를 추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그 꿈은 이제 점차 물거품으로 끝나가고 있다. 검찰은 오히려 밝혀내야 할 것은 못 밝히고 엉뚱한 데 힘을 쏟고 있다. 검사들에 대한 삼성의 ‘떡값’ 제공 의혹 역시 수사의 초점이 관련 검사들의 이름을 공개한 국회의원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니 혀를 찰 노릇이다. 검찰은 지금 자신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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