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2 19:52
수정 : 2005.12.02 19:52
사설
8년 전 오늘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합의서에 서명한 날이다. 이른바 ‘아이엠에프 처방’은 우리 사회에 뚜렷한 명암을 남겼다. 경제의 군살을 빼고 효율성을 높인 측면도 있지만 기업·산업·계층별 격차는 더 넓고 깊게 패었다.
올해도 경제성장률 등 지표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라는데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고 수출이 두자릿수 성장을 해도 고용시장엔 온기가 없다. 양극화의 종착점은 소득 불평등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국민들의 실질구매력 성장률은 3분기째 0%대다. 특히 중하위 계층의 소득 증가율은 물가 따라잡기가 버겁고, 절반 이상은 적자 살림을 꾸리는 처지다. 상당수 자영업자와 농민, 비정규직이 한발짝만 더 밀리면 빈곤층으로 추락할 한계선상에서 놓여 있는 셈이다.
올해도 도심 거리에는 어김없이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성금 목표액이 1% 달성될 때마다 섭씨 1도씩 높아지는 ‘사랑의 온도탑’도 세워졌다. 팍팍한 생활 속에서도 6년째 온도탑이 100도를 넘기고 있다니 흐뭇한 일이다. 고사리 손부터 두툼한 봉투까지 자선냄비를 찾는 이름 없는 천사들은 우리 사회의 온기를 유지하는 큰 힘이다.
얼마 전 조부모와 비닐하우스에 살던 어린 초등학생이 기르던 개에 물려 숨진 사연은 온 국민의 가슴을 헤집었다. 담당 사회복지사의 말처럼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작은 정성도 큰 도움이 되는 이웃이 우리 주변엔 여전히 많다. 양극화를 극복하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길은 우리 사회 모든 부분에서 온기를 되찾는 일에서 시작한다. 이 겨울 내복 하나 꺼내 입을 형편만 된다면,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데서 희망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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