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2 19:52
수정 : 2005.12.02 19:52
사설
지난달 초 열린 5차 1단계 회담 이후 북한핵 6자 회담의 동력이 약해지는 듯해 걱정된다. 우선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와 관련해 두 나라가 다음주말께 열기로 했던 접촉이 무산됐다. 1단계 회담에서 논의된 의제별 실무그룹 구성과 이달 중 제주도에서 수석대표 회의가 열릴지도 불확실하다. 다음주부터는 아세안+3 회의 겸 동아시아 정상회의 관련 일정이 잡혀 있어, 올해 안으로 2단계 회담 날짜를 잡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북-미 접촉이 무산된 데는 미국 책임이 더 크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며칠 전 북-미 접촉에 대해 “(북한의) 다른 나라(미국) 돈 위조 중단 방법을 알기 위해 양자 회담을 열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나의 행동은 정당하니 당신만 잘못을 고치면 된다는 식이다. 북한이 우려하는 건 달러 위조 문제를 빌미로 한 미국의 본격적인 경제제재다. 북한도 해명할 게 있고 알고 싶은 것이 있을 터인데, 이렇게 마음을 닫아서는 신뢰가 생길 수 없다.
미국내 강경파들이 북-미 관계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는 분석이 사실이라면 심상찮다. 앞서 크리스토퍼 힐 6자 회담 대표의 북한 방문 추진도 강경파의 견제로 무산됐다는 게 정설로 돼 있다. 북한도 정식 회담이 아니라고 해서 대미 접촉을 거부한 건 현명하지 못하다. 달러 위조 혐의를 빨리 푸는 것이 미국내 경제제재론을 잠재울 지름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회담 동력이 떨어지는 걸 방치했다가는 2단계 회담 재개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과 미국은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빨리 만나 실질적 대화를 해나가기 바란다. 우리 정부도 수석대표 회의가 일찍 열려 다음 회담의 틀을 잡을 수 있도록 주도적 구실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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