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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5 18:14 수정 : 2018.05.25 20:23

25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최저임금법 국회 환노위 날치기 처리 규탄! 국회 통과 저지! 긴급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상여금·복리후생비 ‘산입범위’ 포함
근거 없고 노동계 설득과정도 생략
최저임금 인상효과 무력화할 우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최저임금법 국회 환노위 날치기 처리 규탄! 국회 통과 저지! 긴급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25일 새벽, 정의당을 뺀 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라도 합리적 범위 내에서 산입범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이번 결정은 내용 면에서나 절차 면에서나 문제가 많다. 최저임금 인상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고, 원칙도 실종됐다. 당장 한국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전원이 사퇴하고, 민주노총이 28일 시한부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결정된 내용을 보면 최저임금에 월별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되, 상여금의 25%와 복리후생비 7%까지는 한시적으로 제외한다. 좀체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자 연 2400만원 이하는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방안을 낸 것이라는데, 현실은 그리 수치로 단순히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매해 오르는 최저임금에 적용될 기준인데 충분한 근거와 실태파악 없이 25%와 7%라는 수치가 결정됐다. 특히 외국인노동자 등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이 될 복리후생비를 넣은 건 이해할 수 없다. 상여금은 없고 숙박비·식비 등만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아 연 2400만원 이하가 포함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게다가 2024년부터는 아예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전면 포함되도록 했는데, 기본급은 적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만 많은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계획과 의지 표명은 없이 내린 무책임한 결정이다.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삼모사’ 방안으로, 대기업들 편만 들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를 훼손한 것 또한 문제가 크다. 환노위는 분기별 등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월별로 바꿀 때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노조와, 없는 사업장은 노동자 과반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하지만 ‘동의’가 아니라 ‘의견 청취’일 뿐이다. 그나마 노조가 잘 조직돼 상여금 지급 시기 등이 단체협약 사안에 포함된 곳은 상여금 쪼개기가 쉽지 않겠지만, 노조가 없거나 협상력이 적은 곳은 회사 마음에 달렸다. 오히려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에게 더 불리한 결과가 되기 쉽다. 박근혜 정권에서 저성과자 해고 등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며 지침 변경을 강행한 데 대해 고용노동부가 공식 사과한 게 불과 몇달 전이다. 국회는 이번 사안이 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지 명확한 근거나 설명도 없었다.

누구나 만족할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런 내용을 이해당사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폈어야 했다. 갑자기 제출된 개정안을 놓고 30분 만에 표결로 통과시킨 건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나 여당 쪽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기류지만, 단기시간제를 주로 고용하는 자영업자나 영세상공인들에겐 이번 조정안이 큰 도움이 될까도 의문이다. 당장 노사정 대화는 멀어졌고 최저임금위의 파행도 불가피하다. 힘든 사안일수록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끝까지 대화와 설득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회는 이번에 이를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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