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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6 21:31 수정 : 2005.12.06 21:31

사설

북파공작특수임무동지회 소속 일부 회원이 경기 파주 보광사 경내에 있는 비전향 장기수 묘비를 깨뜨리는 사건이 그제 벌어졌다. 이 단체의 철거 요청을 받은 보광사 쪽에서 묘역 표지석 철거를 발표하기 직전에 흥분한 회원들이 일을 벌였다고 한다.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던 일이 폭력적 실력 행사로 번졌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보수단체들이 장기수 묘비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간첩’ 또는 빨치산 출신자들의 묘역에 ‘불굴의 통일애국투사 묘역’이라고 적어놓은 걸 묵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회 전반의 정서를 생각할 때도 이런 표현은 지나쳤다.

하지만 표현이 과했다고 해서 묘역을 조성한 보광사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본래 의도마저 매도해서는 안 된다. 승가회는 종교적 관점과 인도주의적인 자세로 유해를 모셨고, 그동안 유해라도 북쪽으로 돌려보내자고 촉구해 왔다. 이 절에 묘를 쓴 것도 북녘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승가회 쪽은 논란이 된 묘역 표지석을 그대로 두겠다고 고집하지도 않았다. 묘지가 훼손될 때 승가회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던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보수단체 회원들은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았다.

처지는 서로 다를지라도 북파 공작원이나 비전향 장기수나 남북 분단의 희생자이긴 마찬가지다. 북파 공작원의 명예가 회복돼야 하는 만큼 장기수의 고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두 사안 모두 남북이 화해하기 위해서는 비켜갈 수 없는 일들이다. 이런 점에서 북파 공작원과 비전향 장기수가 서로 인정하지는 못할망정 상대를 존중해주는 관용과 아량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족의 비극인 분단이 우리 가슴 깊은 곳에 남겨둔 상처는 결코 아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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