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24 20:27
수정 : 2018.07.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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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 스위소텔 한국기자실에 회담 관련 내용이 방송되고 있다. 싱가포르/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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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 스위소텔 한국기자실에 회담 관련 내용이 방송되고 있다. 싱가포르/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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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엔진실험장이 있는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시설물을 해체하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24일 밝혔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돌파구를 찾으려는 북한의 결단으로 보인다.
<38노스>가 공개한 20일과 22일 위성사진에선 북한이 발사체를 조립하는 궤도식 구조물을 철거 중인 게 확인된다. 탄도미사일 액체연료 개발을 위한 로켓엔진시험대 해체 모습도 포착됐다.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 교환’을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조처는 의미가 각별하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사일 엔진실험장을 “곧 파괴하겠다”고 약속한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군 유해 송환과 엔진실험장 폐쇄 약속을 정상회담 성과로 강조했다. 실제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량·발사할 수 있는 시설로 미국엔 실질적 위협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두고 북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겠다면서도, 엔진실험장 폐쇄 약속 이행을 거듭 강조해온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유해 송환과 실험장 폐쇄가 늦어지면서 북한의 ‘지연전술’에 속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분출했다.
북한의 이번 조처가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군 유해 송환과 맞물리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르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비핵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6·12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합의했던 비핵화와 관련해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한 ‘워킹 그룹’ 구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희망하는 조기 ‘종전선언’을 위한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연내 종전선언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오는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남-북-미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거론하지만, 아직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미국도 동창리 발사장 해체에 화답해, 종전선언 등 ‘체제 안전보장’ 방안 제시에 좀더 속도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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