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7 22:19
수정 : 2005.12.07 22:19
사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프로그램 ‘끼워팔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에 나선 건 당연한 귀결이다. 시장경제의 뿌리인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철퇴를 내리는 데 국내외 기업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범세계적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는 엠에스 끼워팔기에 대해 우리 경쟁당국이 유럽연합에 이어 두번째로 위법 판단을 내린 건, 그 자체만으로도 성숙된 모습으로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공정위 시정조처가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물음으로 들어가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긴 어렵다. 공정위는 핵심 쟁점인 윈도 운영체제에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 끼워팔기를 놓고, 이들 프로그램을 분리한 것과 다른 회사 제품을 동반 탑재한 것 등 두 가지 운영체제를 함께 공급하게 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분리된 운영체제는 유명무실해지고 동반탑재 버전을 통한 엠에스의 끼워팔기는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또 동반탑재를 구실로 엠에스가 다른 업체에 프로그램 소스코드(설계도)를 요구하면 경쟁업체의 기술과 전략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공정위는 업계의 지적과 걱정을 흘려넘겨서는 안 된다. 공정위가 제재와 시정조처를 내리는 것으로 할 일을 다한 건 아니다. 공정위의 궁극적 구실은 공정한 경쟁질서를 회복시키는 데 있다. 이번 조처에 대한 평가는 결국 이 목적이 달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적으로 선례가 적은데다 기술융합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능과 구성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어 딱 떨어지는 조처를 내리는 게 물론 쉽지는 않다. 그러나 시정조처가 기대했던 경쟁질서 회복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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