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8.30 05:00 수정 : 2018.08.30 18:53

매티스 ‘연합훈련 재개’ 거론 부적절
미국의 남북관계 진전 ‘견제’도 문제
북한도 비핵화에 한발 먼저 내디뎌야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24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핵심 참모들과 함께 회의를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를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맞은편 왼쪽부터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 센터장,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폼페이오 국무장관,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앉아 있다. 댄 스캐비노 국장 트위터 갈무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 편지에서 비핵화 협상이 다시 위기에 처했으며 무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시엔엔>(CNN)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워싱턴 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을 취소한 것은 이 편지 때문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비핵화 협상을 놓고 북-미가 평행선을 달리며 기싸움 양상이 심해지고 있음이 이 보도들로 확실해졌다. 게다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서, 한반도 정세가 큰 고비를 만난 느낌이다. 북-미가 ‘강 대 강’으로 치닫지 말고 극적인 태도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다.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포함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 작전은 북한의 버티기에 대한 트럼프식 협상 전술의 일환임이 분명해 보인다. 협상이란 것이 본래 ‘밀고 당기기’를 속성으로 하는 것인 만큼, 북-미가 강공을 주고받는 것을 이해할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이 워낙 예민한 문제인 만큼, 이렇게 ‘벼랑끝 전술’로 가서는 오히려 협상이 위태로워지고 길을 잃을 위험이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문제까지 끌어들인 것은 그러잖아도 복잡한 비핵화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는 미국 책임이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종전선언’에 적극적이었다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태도를 바꿨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윤활유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종전선언을 협상의 중대 사안으로 만든 건 미국이다. 북한도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려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뤄야 하고, 그러려면 비핵화를 시급히 매듭지어야 한다. 비핵화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바에야, 먼저 한발을 내딛는 용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 미국도 북한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 지금처럼 기싸움을 하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미국이 남북관계 진전에 제동을 거는 모습도 달갑지 않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미뤄지고 있는 것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남북이 남쪽 열차를 신의주까지 운행하며 경의선 철도 상태를 점검하려던 계획이 유엔사의 불허로 무산된 것도 남북관계 진전에 미국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 탓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의 진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깊은 이해가 아쉽다.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것은 남-북-미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중재력을 제대로 보여줄 때다. 9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지만, 정상회담만 기다릴 수는 없다. 정상회담에 앞서 남은 시간 동안 북-미 교착상태를 돌파할 방안을 찾아내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모든 것이 흐트러질 수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