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8 20:00
수정 : 2005.12.08 20:00
사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어제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주요 쟁점은 임금이다. 노조는 총액 대비 6.5%, 사쪽은 2.5% 인상안을 주장하고 있다. 적당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하지 못하고 파업에까지 이른 것은 노사 두루 책임이 있다. 대한항공의 여객·화물 수송 분담률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만큼 자칫 파업 장기화로 경제 파장이 커질까 우려된다.
그러나 합법적인 파업에 정부가 첫날부터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청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긴급조정권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경우’로 발동 요건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할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이전까지 단 두차례만 발동된 점도, 정부 개입이 매우 예외적으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함을 반증한다.
그런데 지난 8월 아시아나항공 노조 파업에 이어, 정부가 또다시 긴급조정권을 요청한 것은 공정한 조정자 구실을 망각한 균형잃은 처사다. 어차피 정부가 개입할 것이란 기대감은 사용자의 불성실 교섭을 부추길 뿐이다. 아시아나 파업 때도 긴급조정권 발표가 막판 노사교섭에 걸림돌이 됐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율과 참여를 강조해 온 참여정부의 철학을 다시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부가 “노사 자율교섭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볼 일이다.
파업으로 인한 하루 수출 손실액이 수백억원에 이른다거나, 조종사 임금이 1억원 안팎이라는 식의 여론몰이도 자제해야 한다. 이렇게 대화 상대를 깎아내리는 건 타협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노조는 파업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과 국민들의 불편을 도외시해선 곤란하다. ‘귀족 노조’라는 따가운 여론이 있음도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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