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1 21:41
수정 : 2005.12.11 21:41
사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 나흘 만에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사상 네번째,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다. 연이은 발동이 노-정, 노-사 관계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칠지 걱정이 앞선다. 불신은 깊어질 테고,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 추진도 더 어려워질 듯하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이란 점이다. 실제로 이번 대한항공 사태에서도 회사 쪽은 협상 과정에서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지난여름 아시아나항공 파업 때처럼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것으로 기대한 탓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긴급조정권 발동은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극약처방이다. 극적 효과에 이끌려 남발하면 기다리는 건 파국이다. 노-사 자율 협상 기피와 긴급조정권 발동 요구 증대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대한항공 항공편 결항의 파장이 아시아나보단 크다. 높은 임금을 받는 조종사들이 임금 때문에 파업까지 벌이는 걸 보는 국민들의 눈길도 곱지 않다. 그럼에도 노-사 관계 발전이라는 긴 안목에서 좀더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
일련의 흐름은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노-사 갈등에 대한 정부의 중재 능력 부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파업 나흘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다면 파업 전 협상 단계부터 중재력을 발휘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거의 없었다. 실업 해소와 고용 창출에 치우친 정책과 잇따른 강경대응에 따른 노-정 간 불신 증폭, 이로 인한 노-정 관계 단절 탓이 크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노-정 관계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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