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9 18:33
수정 : 2018.10.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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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 노조원들이 19일 오후 주주총회 장소로 알려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사장실 앞에서 “법인 분할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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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 노조원들이 19일 오후 주주총회 장소로 알려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사장실 앞에서 “법인 분할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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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이 노조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반대 속에서 1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법인 분할 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을 묶어 별도의 연구개발 법인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지엠은 연구개발 법인과 생산 법인으로 나뉜다. 우리 정부와 산은이 미국 지엠 본사와 ‘경영 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먹튀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한국지엠 노조는 “법인을 쪼갠 뒤 생산 기능은 축소하고 연구개발 법인만 남겨놓은 채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라며 파업 등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산은도 “연구개발 법인 신설과 관련해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주총 효력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한국지엠은 한국 철수론을 부인한다. 신설 법인에 미국 본사의 글로벌 제품 연구개발 업무를 집중적으로 맡기는 등 한국지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처라는 것이다. 현재로선 한국지엠의 의도를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며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5월 합의한 경영 정상화 방안에는 산은의 비토권이 담겨 있다. 한국지엠이 총자산의 20% 이상을 매각하거나 양도할 때는 산은이 거부할 수 있게 했다. 먹튀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다. 문제는 비토권 대상에 법인 분할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엠이 뒤통수를 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와 산은도 오스트레일리아 등 국외에서 먹튀 전력이 있는 지엠과의 협상에서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문제를 떠나 미국 본사의 일방통행식 행태는 합의 정신을 흔드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산은이 공적자금 8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고용 안정을 위해서였다. 대규모 실업 사태를 막으려 지엠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한국지엠의 경영 부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미국 본사는 마땅히 합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 일단 법인 분할 작업을 중단한 뒤 노조와 성실히 대화하고 산은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미국 본사가 이를 거부한다면 우리 정부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더는 지엠의 꼼수에 놀아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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