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6 18:28
수정 : 2018.12.0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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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설명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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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설명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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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17년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우리 경제의 ‘고용 없는 성장’에 재벌들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된다. 이 통계는 법인세를 내야 하는 기업 66만6163곳을 대상으로 매출액, 영업이익, 종사자 수 등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 기업 전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90조6310억원으로 2016년보다 23.5%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재벌) 기업의 영업이익이 54.8%나 늘어났다. 재벌이 아닌 기타 대기업은 35.5%, 중견기업은 9.1%, 중소기업은 8.3% 증가했다. 재벌 기업 영업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사이 32.6%에서 40.8%로 커졌다.
반면 고용 기여도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의 지난해 종사자 수가 1005만2천명으로 2016년보다 2.3% 증가했는데, 재벌 기업은 되레 0.1% 감소했다. 기타 대기업이 6.9%, 중견기업은 0.4%, 중소기업이 2.8%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전체 기업 종사자 수가 2.9% 늘어난 2016년에도 재벌 기업은 증가율이 0%였다.
그동안 재벌 기업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고용을 늘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용과 직결된 시설 투자는 주로 국외에서 하고 국내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 당장 이익은 늘어나겠지만 근시안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고용이 줄면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 축소로 이어져 내수 기반이 무너진다. 경제 토대가 흔들리면 재벌이라고 해서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삼성그룹은 지난 8월 “경제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3년간 180조원을 새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신규 투자액 중 72%인 130조원을 국내에 투입해 약 70만명에 이르는 고용 유발 효과를 내겠다고 했다. 이밖에 현대자동차그룹이 5년간 4만5천명, 에스케이그룹이 3년간 2만8천명, 엘지그룹이 올해 1만명, 롯데그룹이 5년간 7만명 등 주요 그룹들이 앞다퉈 고용 확대 계획을 내놨다. 이번만큼은 빈말에 그치지 말고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내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고용 인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이른바 ‘9988’이다.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더 늘어나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대기업 독식 구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횡포, 기술 탈취,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행위를 시정하고 ‘협력이익공유제’ 같은 상생협력 방안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이를 두고 일부에선 ‘대기업 때리기’니 ‘사회주의 정책’이니 하며 엉뚱한 주장을 한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산업 생태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 가능한 토양으로 바뀌어야 ‘고용 없는 성장’에서 탈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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