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4 21:52
수정 : 2005.12.14 21:52
사설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등 대안 마련을 권고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가기관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인권 회복을 공식 권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양심과 종교에 따른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은 꾸준히 높아져왔다. 대법원은 지난해 아무런 대안 없이 이들을 처벌하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소수 의견을 냈고, 헌법재판소도 양심의 자유와 국가 안보라는 두 법익이 공존할 방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법부 안에서 대체복무제에 대한 공감이 넓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대체복무제는 이미 31개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물론 현역 사병들과의 형평성,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병역 문제에 관한 한 국민 정서가 매우 민감하고 엄격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병역 거부자 대체복무 입법안은, 대체복무 기간은 일반 사병 복무기간의 1.5배인 3년이며, 내무반 방식의 집단생활을 하도록 돼 있다. 허위 신청할 경우 강한 처벌 조항도 있다. 단지 군대 가기 싫다는 이유로 더 길고 고된 공익근무를 자청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병역 거부자 인정 대상과 기준을 엄격히 하면 병역기피 수단 등으로 악용하는 행위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문제는 헌법이 명시한 국방의 의무와 양심·종교의 자유가 충돌해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이들을 범법자로 낙인 찍어 감옥에 보냄으로써, 법적 모순과 인권침해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 지금도 1186명의 병역 거부자가 수감돼 있으며, 해마다 평균 600명이 감옥행을 택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대체복무제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들의 인권 개선은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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