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8 18:44
수정 : 2019.01.0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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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평양에서 중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티브이가 8일 방영했다. 조선중앙티브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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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년사 ‘북-중 협력’ 강화 뜻 피력
비핵화 담판 앞두고 협상력 높일 의도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선순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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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평양에서 중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티브이가 8일 방영했다. 조선중앙티브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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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 방중해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집권 이후 네번째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김 위원장의 방중이 집중됐던 것에 비추어볼 때, 이번 방중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북-중 정상의 이번 만남이 교착상태에 놓인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열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 위원장이 새해 첫 외교 행보로 방중을 선택한 것은 올해가 북-중 수교 70돌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중국 방문에 나선 이유는 아무래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중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중국의 지지를 지렛대로 삼아 대미 협상력을 높여 미국과의 담판에 임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중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피력한 것도 이번 방중과 관련해 주목할 대목이다. ‘정전협정 당사자들과 긴밀히 연계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중국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당사자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참여에 대해 다소 모호한 태도였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전략적 변화다. 김 위원장이 짧게는 2019년, 길게는 2020년 이후까지 포괄하는 나름의 로드맵에 입각해 북-중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품고 방중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금 국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어떤 의제로, 언제 어디서 열리느냐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의 패턴을 보면 김 위원장의 다음 정상외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2차 정상회담 장소가 머지않아 발표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백악관이 2차 정상회담 장소 선정과 관련해 타이 방콕, 베트남 하노이, 미국 하와이를 답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김 위원장 방중이 어떤 영향을 줄지 지금 당장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방중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의식을 발동시켜 정상회담을 위기로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미-중 관계 흐름은 지난해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이 북한 문제에 100%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방중에 나선 시점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좋은 파트너’라고 밝힌 것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이 유동적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와 달리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실무 협상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 만큼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은 미국과 공조관계를 복원했고 북한과는 끈끈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이 비핵화 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 정부는 북-중 정상의 만남을 예의주시하면서 김 위원장의 방중이 비핵화 협상 진전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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