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1.23 18:08 수정 : 2019.01.23 19:21

안태근 전 검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안태근 전 검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이 23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 검사의 폭로가 나온 지 꼭 1년 만에 나온 법원의 판단이다. 지난해 한국 사회를 뒤흔든 #미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차 피해가 만연해 있고 법과 제도의 벽이 높은 현실에서,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이번 판결의 의미는 각별하다.

사실 재판은 서 검사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았다. 직권남용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되는 사례가 드물 뿐 아니라, 검찰 진상조사단의 조사 과정에서도 검사들 대부분이 서 검사의 통영지청 배치가 ‘통상 인사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사건과 아무 관계 없는 서 검사 개인의 능력과 인간관계를 폄훼하는 식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안 전 검사장 쪽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객관적 판단으로도 직권남용에 해당된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지한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자 할 근거가 충분했으며, 2015년 애초 전주지검 배치가 예정됐던 서 검사가 갑자기 통영지청으로 가게 된 것 또한 검찰 인사위원회 원칙과 경력검사 배치제도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실형선고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자신의 비위를 덮기 위해 검찰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검찰국장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인사 불이익까지 줬다”며 “피해자는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고, 나아가 검사 인사가 올바르게 이뤄진다는 국민의 믿음까지 저버렸다”고 밝혔다. 안 전 검사장은 즉각 항소 뜻을 밝힌 상태다.

서 검사의 폭로는 직장 내 성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성차별적 구조에 의한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게 한 계기였다. 하지만 그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 ‘침묵의 카르텔’은 공고했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시각은 여전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 160여건이 잇달아 발의됐지만 통과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1심이긴 하나 이날 판결은 서 검사의 주장이 인정됐다는 의미를 넘어, 그동안 불이익이 두려워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우리 사회가 실제 변하고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줄 것이 분명하다.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예방 구실도 할 것이다. 한 사람의 용기가 가져온 주목할 변화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