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5 23:12
수정 : 2005.12.15 23:12
사설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았던 460억원대에 이르는 삼성 채권의 행방이 일부 밝혀졌다.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 6억원을 받았고, 한나라당이 300억원 외에 24억7천만원을 추가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첫번째 의문은 이런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삼성이 대선 직전 사들인 무기명 채권 800억원의 사용처가 말끔히 밝혀졌느냐는 점이다. 삼성은 “나머지 채권 대부분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는 임직원 격려금 등으로 썼다”며 보관해 온 채권과 증빙자료 등을 제출했다고 한다. 삼성의 주장이 맞는지는 앞으로 검찰이 엄밀히 검증해봐야 할 대목이다. 다만 엑스파일 수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검찰이 삼성 쪽의 해명성 진술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말대로 이 의원의 혐의가 깨끗한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이 의원이 이 돈을 대선자금에 사용했다고 진술해 횡령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사무실 운영비라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대선자금 사용과 사적인 유용의 경계선상에 있다. 검찰이 너무 쉽게 이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면죄부를 줬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검찰이 정치자금법 공소시효가 갓 지나고나서 이 의원을 소환한 배경도 썩 말끔하지 않다. 삼성 쪽이 엑스파일 수사 과정에서 이 의원에게 6억원을 건넨 사실을 털어놓은 것도 검찰과 삼성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수사를 두고 한쪽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검찰의 여권 압박용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검찰이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정도대로 수사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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