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9 18:36
수정 : 2019.02.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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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유해정보사이트 차단 안내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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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과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가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두 사안은 ‘성 인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는 논쟁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매우 소중한 민주주의 기본 가치로서, 정책 집행에서 정부의 더욱 섬세하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리라 본다.
인터넷에서 ‘에스엔아이 필드 차단’ 방식은 만연한 사이버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도입한 ‘도메인네임서버(DNS) 차단’보다 한층 강화된 수단이다. 벌써부터 차단을 우회하는 수법이 나오고 있다지만, 음란물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성폭력과 힘겹게 싸워온 여성계가 도입에 찬성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정부의 인터넷 검열 가능성과 표현의 자유를 들어 반대한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내용까지 들여다보는 ‘패킷 감청’과는 기술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긋지만, 접속시도 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이런 우려는 ‘영장에 의한 감청’조차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현실과 권력기관이 개인정보를 악용한 과거 사례를 떠올려보면 단순한 과민 반응으로만 치부할 순 없다.
불법 음란물에 대한 판단 기준이 시대에 맞는지도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대로라면 성기 등이 드러나는 성인물은 모두 불법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한다. 고 마광수 교수를 처벌했던 엄숙주의가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면 법률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때가 됐다고 본다. 동시에 사이버 성폭력에 대해선 지금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방송 안내서’에 이른바 ‘아이돌 외모 지침’을 넣었다가 역풍을 맞았다. 방송이 획일적인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문제를 짚은 것은 적절했으나 오히려 여성 아이돌을 규제 대상으로 보는 표현을 쓰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공공의 가치와 이익을 위한 정책 수립·집행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지만, 국가가 과도하게 사적 영역에 개입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건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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