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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6 22:20 수정 : 2005.12.16 22:21

사설

환자용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편에선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데이터가 모두 조작됐음이 확인됐다. 황우석 교수,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 문신용 교수 등 공동저자가 논문 취소를 이 잡지 쪽에 요청했다. 다른 한편에선 논문의 근거인 환자용 줄기세포 11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보관 과정에서 파괴됐거나 다른 사유가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그러나 논문의 근거가 되는 줄기세포주는 지금 하나도 없다. 근거가 없는 논문은 조작을 넘어서 허위가 된다. 기술적인 재현으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차원을 벗어난다.

황 교수는 복수의 환자용 줄기세포를 추출했으며, 이를 근거로 논문을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냉동 상태로 남아 있는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그 근거를 밝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논문의 허위성을 뒤집지 못한다. 환자용 줄기세포 배양 기술의 존재 여부만 확인시켜줄 뿐이다. 국민들에겐 중요할지 모른다. 치료용 줄기세포 개발은 국민적 활로를 열어주는 대형 블루칩이었다.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을 보는 세계인의 시선은 재현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싸늘하게 냉동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들의 눈에 ‘한국의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조작하고 이를 토대로 가짜 논문을 작성한 이들로 비친다. 진위 의혹이 이미 오래전 제기됐음에도 그 진상을 정부와 다수 언론, 그리고 국민이 감춰버린 나라로 기억된다. 아울러 과학적 검증 기회가 거듭 주어졌음에도 동료 과학자들은 슬그머니 면죄부만 준 것으로 이들의 머리엔 각인될 것이다. 이런 사실이 우리 과학자의 앞길을 얼마나 막을지, 대한민국의 신뢰를 얼마나 떨어뜨릴지는 알 수 없다. 대한민국은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

책임을 둘러싼 논문 저자 사이의 치졸한 싸움은 국민적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이들의 마음을 공황 상태로 내몬다.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야 그렇다 치자. 노성일 이사장은 이제 황 교수 연구가 허위임을 전파하는 전도사 구실을 하고 있다. 황 교수는 미즈메디의 조작 가능성과 함께 이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소도 웃을 짓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싸움 앞에서 한때 온 몸을 던져 연구팀을 방어했던 이들은 참담하다.


이런 치명적인 신뢰의 위기와 국민적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신속한 진실 규명밖에 없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이 조사위원회가 민간기관인 미즈메디를 포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까지 포괄적으로 조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정한 강제력을 갖춘 국가 기구로 확대개편돼야 한다.

국민적 상처 함께 치유하자

이 기구는 11개 줄기세포주의 확립 여부는 물론 논문 조작의 과정과 주체까지도 상세히 밝혀내야 한다. 미즈메디의 책임인지, 황 교수의 허위 조작 지시에 의한 것이지를 따져야 한다. 윤리 규정 위반도 다시 조사해야 한다. 난자 기증에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주장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 김선종 연구원이 증언을 번복하게 된 과정도 밝혀야 한다. 여기에 국가기관이 간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밖에 이번 <사이언스> 논문조작을 계기로 진위 여부가 도마에 오른 세계 최초의 복제 소 영롱이, 복제 개 스너피에 대한 의혹도 말끔히 해소돼야 한다.

대한민국을 수렁 속에서 건져내는 힘은 오로지 국민적 합의다. 다행스럽게도 갈등의 본질이 ’황우석 죽이기’와 ’황우석 지키기’에서 비롯된 게 아님이 분명해졌다. 진실과 거짓의 갈등이었다. 모두 진실을 규명하는 데 하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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