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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진정으로 참회록을 써야 |
국가정보원 과거사위(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동베를린(동백림) 유학생 간첩단 사건 등 옛 국정원과 관련된 7건의 의혹사건을 조사해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지난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정권 안보를 위해 공작과 조작을 서슴지 않았던 기관이 스스로 흑막을 캐기로 한 데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국정원이 공권력에 의한 인권탄압의 ‘큰손’이었던 만큼, 내실 있는 조사로 어둠에 가려 있거나 왜곡된 진실이 빛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사회적으로 의혹이 큰 사건과 시민사회 단체, 유가족 등이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사건을 먼저 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선정 기준과 대상은 적절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부일장학회 강제 헌납 및 경향신문 강제 매각 사건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 언론과 경제인 통제의 대표적 사례로, 지금까지 관련자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혹이 제기된 사건은 모두 90여건에 이르는 만큼, 기초조사를 해서 해볼 만하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한 대로 낱낱이 살피기 바란다.
과거사위의 의욕만큼 성과가 따라줄지는 미지수이다. 자료 접근이 수월하고 국정원 직원들이 선배들을 찾아 자발적 진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어서 성과를 기대해 봄직하다. 반면, 법적 뒷받침이 없고 인원과 예산이 제한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국정원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국민 세금으로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과거를 돌아보면서 국정원은 이참에 진정으로 참회록을 써야 한다. 현직 직원이나 전직 직원이나 뼈를 깎고 거듭나겠다는 마음을 다져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용서받고 화해할 수 있는 길이다. 아울러 정치권은 굴절된 과거사에 덧칠하지 말고, 제대로 된 과거사법을 만들어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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