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2 18:37
수정 : 2019.03.1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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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관련 항의를 위해 의장석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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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관련 항의를 위해 의장석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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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에 빗대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야당이 정부 대북정책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을 북한 지도자의 수하 정도로 묘사한 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냉전적 사고에 사로잡혀 ‘평화 정착’ 노력을 폄훼하고 훼방 놓는 시대착오적 발언일 뿐 아니라, 국회와 정당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4선의 중견 정치인답지 않은 시정잡배식 발언을 한 나 원내대표는 사과하고,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나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였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정책이나 비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왜곡과 과장, 독설로 일관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목이 거의 없었다. “70년 위대한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지고 있다” “한-미동맹은 붕괴되고 자유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강성노조 등의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 “국민 머릿속까지 통제하는 문브라더” 등 합리적 근거 없는 막가파식 비난 일색이다. 극우 태극기부대의 생경한 인식을 그대로 민의의 전당에 끌어들인 것이다.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 비난하면서 한편으론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당 차원의 대북 특사 파견”을 얘기하니 그 진정성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나 원내대표 연설은 자유한국당의 현재 수준을 그대로 말해준다. 황교안-나경원 체제로 짜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합리적 보수로의 변신 노력은 물거품이 됐을 뿐이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나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이번 발언 파동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이라 운운했다고 생각해보라”는 민주평화당 대변인의 논평을 새겨들어야 한다. 나 원내대표는 이제라도 정도의 정치, 비전과 품격의 정치로 복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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