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8 20:57
수정 : 2005.12.18 20:57
사설
홍콩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저지에 나선 한국인 원정 시위대 600여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다 어제 현지 경찰에 집단 연행됐다. 날을 새우며 대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등 80여명의 부상자도 생겼다. 나라 밖에서 우려했던 폭력사태가 빚어진 것은 안타깝고 우려스런 일이다.
홍콩 경찰이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최루탄을 쏠 정도로 폭력적인 양상이 빚어진 일차적 책임은 평화적 시위 약속을 어긴 시위대 쪽에 있다. 시위대는 깃대와 대나무 등을 휘두르며 경찰 저지선 돌파를 시도했고, 마지막까지 자진해산 요청을 거부했다. 핵심 쟁점인 농산물 관세 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회의장 진입이란 극단투쟁에 나선 것은 도를 지나쳤다. 이번 폭력시위로 그동안 해상시위와 삼보일배 등을 통해 쌓은 언론과 현지인의 우호적인 관심도 싸늘해졌다고 한다.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시위대 주장의 설득력을 크게 훼손시킨 셈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연행된 시위대의 안전과 신병이다. 홍콩 당국이 엄격한 현지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하니, 자칫 상당수 한국인이 처벌받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일부 시위대가 연행·구금 과정에서 알몸수색과 구타를 당했다는 소식도 우려스럽다.
외교 당국은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원인 제공을 한 시위대만 비난하는 건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홍콩 당국에 유감을 표시하고 원만한 신병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홍콩 당국도 외교적 사안임을 고려해 국내법만을 고집하지 말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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