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9 19:51
수정 : 2005.12.19 19:51
사설
2002년 과학기술부는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을 출범시키며, 2012년까지 151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 발표 이후 그 해 말 새 연구논문 발표를 <사이언스>에 예약했다. 이때 정부는 2005년 세포응용연구사업 예산으로 265억원을 책정했다. 과학기술 예산의 1%를 넘는 규모로, 황우석 연구동, 무균 복제돼지 사육시설, 복제소 실험농장, 줄기세포 연구 지원금 등이 황 교수팀에 지원됐다.
정부가 이토록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세계 최고의 과학전문잡지가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세계적인 공신력을 자랑하는 <사이언스>에 게재되는 것만큼 연구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것도 없다. 국내에 황 교수의 연구 과정과 결과를 검증할 장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국제적인 공신력에서 <사이언스>에 미치지는 못한다. 따라서 결과를 두고 정부의 무능력을 나무랄 수 있지만, 정부가 예산을 배정할 때 제시한 근거를 온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후다. 사실 황 교수의 논문을 비판적으로 검증할 계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네이처>가 윤리 문제를 제기했을 때, ‘피디수첩’이 논문 조작 의혹을 취재할 때, 김선종 연구원이 논문 조작 사실을 증언했을 때, 국내 소장학자들이 데이터 조작 사실을 제기할 때 등이 그런 계기였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무시했다. 미봉하려고만 했다.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 문제는 이 정도에서 정리되기 바란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결정판이었다.
정부의 무능력은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 그러나 정부의 거짓은 국민을 절망하게 한다. 고통은 참아도 절망은 참을 수 없다. 말해야 할 때 입을 다물고 있는 노 대통령의 침묵이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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