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0 20:17
수정 : 2005.12.20 20:17
사설
사방을 둘러봐도 세상이 온통 어수선하다. 황우석 교수 사태로 온국민이 허탈증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우리 농민 11명이 홍콩 경찰에 구속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여의도 시위 과정에서 다친 농민이 두 사람이나 잇따라 숨지는가 하면, 호남·충청·제주 지방의 폭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어디 한군데서도 밝고 희망찬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눈을 국회로 돌려보면 더욱 한숨이 나온다. 사립학교법 강행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상태가 장기화하면서 국회가 두주째 헛바퀴를 돌고 있다. 정치가 사회적 분쟁을 장내로 수렴해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에 편승해 거리로 치닫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칼을 뽑았으니 적당히 하지 않겠다” “정 그러면 한나라당 빼고 하면 된다”는 식의 삭막한 구호만 들려올 뿐이다. 한마디로 정치 부재의 슬픈 현실이다.
정치가 이 지경이 된 일차적 책임은 물론 여당 쪽에 있다. 열린우리당은 모처럼 수세에서 벗어났다는 정치적 포만감에 젖은 채 여당 본연의 책무를 잊은 듯하다. 하지만 책임의 많은 부분은 한나라당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학법 문제가 한나라당 처지에서는 아무리 중요할지 몰라도 당면한 현안이 사학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새해 예산안 심의 지연은 심각한 사태다. 또 한나라당 앞에는 국회 안에서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정도 거리투쟁을 했으면 한나라당으로서는 할 만큼 했으니 사학법 문제는 관련단체에 맡기고 국회로 복귀했으면 한다.
정치는 이제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가뜩이나 우울하게 젖은 국민들의 가슴을 녹여주지는 못할 망정 정치가 오히려 국민의 걱정거리가 돼서야 말이 되는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