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1 21:30
수정 : 2005.12.21 21:30
사설
정보통신부가 인터넷 게시판 관리자의 권한 강화와 부분적인 인터넷 실명제 등을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확정해 공개했다. 개정안에는 그동안 인권단체들로부터 비판받던 내용들이 별로 바뀌지 않은 채 들어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가장 문제가 큰 부분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운영자가 글쓴이 동의 없이 임시로 봉쇄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게시판 글 때문에 명예훼손을 당했다면서 삭제를 요구하면 운영자가 그 글을 다른 사람이 읽지 못하게 막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판결 등 적법한 결정 없이 바로 삭제하면 문제가 되니까 경과조처를 도입한 것인데, 그렇다고 문제가 완화되는 건 아니다. 게시판 글 대부분은 수명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한시적 봉쇄 조처도 삭제와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게다가 개정안은 삭제 요구가 없더라도 게시판 관리자가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하면 같은 조처를 할 수 있게 했다. 운영자의 검열을 정당화하는 셈이다.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비판이 위축될 것이 뻔하다. 명예훼손 문제는 새로 도입되는 분쟁 조정제 등을 통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대형 포털의 사용자 등록 때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는 부분적 인터넷 실명제 도입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대형 포털이 가입 때 실명을 확인하고 있음에도 게시판에는 명예훼손적인 글들이 넘쳐 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실명제가 건전한 인터넷 토론 문화를 조성하는 방안이 못 된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럼에도 정부가 굳이 실명제의 법제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뭔가. 일단 법제화한 뒤 대상을 확대해가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안전한 서비스 가입자 확인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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