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1 21:30
수정 : 2005.12.21 21:30
사설
위조 달러와 금융 제재를 둘러싼 논란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오랫동안 이어지는데도 우리 정부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논란이 불필요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의 좀더 분명한 판단과 태도가 필요한 때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위폐 제조·유통을 확신하는 듯하다. 어제는 6자 회담의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까지 “달러 위조는 분명한 사실”이라며 “증거에 대해 북한에 브리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며칠 전에는 대북 금융 제재의 주체인 미국 재무부가 한국·중국·홍콩 등 관련국 사람을 워싱턴으로 불러 설명 모임을 열었다. 일이 이 정도 진행됐으면 우리 정부도 진전 상황과 판단을 국민 앞에 공개할 법하다. 그런데 어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브리핑에서도 원칙적인 언급에 그쳐 답답하다.
정부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첫째는 “불법행위에 대한 법 집행 차원의 문제이므로 6자 회담과 연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의 위폐 유통은 몰라도 제조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첫째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회담 진행에 영향을 줄 미국의 일방적인 북한 몰아세우기에 대한 자제를 호소하며, 비공식 대표 회동 등 북-미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타당한 행동이다. 둘째와 관련해서는 미국 쪽에 분명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미국이 먼저 문제를 제기한 이상 입증 책임도 미국 쪽에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증거가 제시된다면 말 그대로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법 집행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양쪽의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는 냉철한 자세는 여기서도 중요하다. 정부는 국민에게 그런 믿음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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