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가 어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렸다. 재벌 총수들이 두루 참석했다. 지난 5월에 이어 두번째 열린 회의다. 산업자원부는 대기업의 상생경영 투자가 지난해보다 29.8% 늘었다고 보고했다. 몇몇 대기업은 이날 훈장도 받았다.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과 인력, 경영 지원 사례들이 여럿 소개되기도 했지만, 뭔가 공허하다. 중소기업들이 절박해하는 건 더 본질적인 데 있다. 산업연구원이 29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81.3%가 과다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꼽았다. 55.4%는 환율과 원자재 값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임금과 수익성 흐름은, 중소기업의 이런 호소가 엄살이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대기업 임금은 1990년에 128.6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57로 격차가 벌어졌다.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률은 대기업의 경우 2001년 6%에서 지난해 9.4%로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은 4.5%에서 4.1%로 오히려 떨어졌다. 2003년에는 납품단가 인하율이 노동 생산성 증가율보다도 높았다.
칭찬만큼 의욕을 북돋아주는 게 없다는 말이 있듯이, 상도 주고 대통령 앞에서 나아지고 있다며 격려하는 것도 한 방편이긴 하다. 그러나 효과가 재벌 총수들로 하여금 생색을 내게 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하나마나다. 더욱 중요한 건 최고경영자들의 인식을 바꾸게 하는 일이다. 사회 분위기를 그렇게 유도하고, 필요하면 제도로 뒷받침할 수도 있을 터이다. 눈앞의 수익 증대를 위해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상생협력도, 지속 가능한 국제 경쟁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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