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와 여당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는 것도 유분수지 이것은 해도 너무하다.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 참모진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당은 법을 만들고, 청와대는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다.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비슷한 내용으로 발의해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 행정자치위 단일안으로 만들어졌다. 일정한 근무연수만 채우면 경위까지 자동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안을 두고는 애초부터 논란이 많았다. “평생의 한이 풀렸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하위직 경찰관들은 폭발적인 지지를 보냈다. 반면에 연간 수백억원의 추가 예산이 드는데다 소방관·교도관 등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문제점들을 사전에 조율하고 걸러내는 여권 내부의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흔한 당정협의는 무엇 때문에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여야 합의로 만든 법안이어서 당정협의가 형식적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 특히 문제는 청와대다. 만약 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다면 여당이라도 설득해서 이 법안 통과를 막아야 했다. 그때는 뒷짐을 진채 나몰라라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법석을 떠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갈팡질팡하면 골탕을 먹는 것은 국민이다. 애초 법을 만들지 않았으면 몰라도 이제 와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수많은 경찰관들의 실망과 분노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해법은 청와대가 스스로 찾아야겠지만 진퇴양난에 빠진 여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한심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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