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5 20:16
수정 : 2005.12.25 20:16
사설
임인배 의원(한나라당)이 국회의장실 여직원에게 ‘싸가지 없는 ○’이라고 욕설을 했을 때만 해도, 국회에서 더는 그런 추태가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국감기간 중 주성영 의원이 주선한 술자리에서 성폭언이 난무하고, 곽성문 의원이 맥주잔을 던지는 일이 벌어지긴 했다. 박계동 의원은 발언 기회를 안 준다고 민주평통자문회의 지역회의에서 이재정 부의장에게 맥주를 끼얹기도 했다. 아이들이 보고 들을까 걱정되긴 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수준 낮은 자질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국회 전체로 확대해 해석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러나 임 의원 욕설 파문 이후 불과 나흘 만에 바로 그 자리에서 더 기상천외한 막말이 나왔다. 이규택 의원은 김원기 국회의장을 ‘시체’에 견줘, “의장실에 있는 것은 시체실에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송영선 의원은 “국회의장의 모가지를 뽑든지 해야지 …”라고 했다고 한다. 피하고 싶었던 ‘여의도 잡배’라는 비난을 올해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규택 의원에겐 한나라당의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 본부장이라는 감투가 씌워져 있다. 의장실 농성이나 이날의 막말들도 아이 지키기 본부가 한 일이었다. 아이와 부모들이 기겁할 일이다.
국회는 토론하고 설득하고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곳이다. 이 과정은 모두 말로 이루어진다. 결과는 글로 정리되고, 정리된 언어는 제도가 된다. 언어가 가장 소중하게 다뤄져야 할 곳이 바로 국회다. 언어로 이루어지는 이 과정은 민주주의의 교본이 된다. 이 과정을 파괴하는 행위가 바로 민주주의의 적인 폭력이다. 아이들은 바로 이런 폭력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진실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이런 비행 국회의원, 폭력 당직자부터 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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