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6 23:38
수정 : 2005.12.26 23:38
사설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이 한국야구위원회 차기 총재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한다. 지난달 말부터 나돌기 시작한 신씨의 총재 내정설이 결코 뜬소문이 아니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그동안 야구위원회가 시간을 끌며 뜸을 들인 것은 결국 신씨를 그 자리에 연착륙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야구위원회 이사회는 “8개 구단 중 어느 팀도 차기 총재를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속이 너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권력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뻔히 아는데 어느 간 큰 구단이 감히 다른 사람을 추천할 수 있겠는가.
신 전 부의장은 ‘낙하산 인사’의 요건을 하나 빠짐없이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동안의 이력을 보면 야구는 물론이고 스포츠와는 전혀 인연이 없다. 그러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10년 선배에, 3년 전 노 대통령의 아들 주례까지 선 인물이다. 야구계에서는 신씨 총재 내정설에 반발하면서 총체적 부실에 빠진 프로야구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출신이 새 총재로 와야 한다고 호소해 왔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 이번 인사를 신씨에 대한 노 대통령의 ‘선물’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최근 강도를 더해 가는 노 대통령의 ‘빚갚기 인사’ ‘고향사람 챙기기 인사’의 결정판이기도 하다.
이런 파행적 인사는 프로야구인과 전체 체육인들에 대한 모독이다. 프로야구계의 경우 그나마 ‘민선 총재’의 인사관행이 자리를 잡아가는가 했으나 역사의 시침은 다시 거꾸로 돌아갔다. 체육단체 총수 자리를 마치 정권의 호주머니에 든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폐습을 다시 목도하는 심경은 참담하다. 이것이 과연 인사개혁을 그토록 외쳐왔던 참여정부의 참모습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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