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6 23:39
수정 : 2005.12.26 23:39
사설
동국대가 어제 강정구 교수(사회학)의 강의권을 박탈하기로 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교원 직위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한다. ‘6·25 전쟁은 통일전쟁’이며 ‘미국에 의해 한반도 분단과 전쟁이 강요됐다’는 강 교수의 주장과 이로 인한 사회적 파문이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학교가 처했을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대학의 보편적 사명에 비추어 동국대의 결정은 재고돼야 한다. 학문은 자유와 자율의 정신 위에서 꽃을 피운다. 타율과 제약 속에선 이데올로기와 도구적 이론만 생산한다. 대학은 학문과 사상 표현 자유의 보루인 것이다. 그러면 동국대는 과연 이 보편적 책무에 충실했을까.
2001년 강 교수가 ‘만경대 정신’ 운운한 일로 구속됐을 때 동국대는 그를 처벌하지 않았다. 교원에 대한 처벌은 파렴치 등 비교육적인 행위와 관련된 것이어야지, 학문적 행위와 관련된 것이어선 안 된다는 원칙론에서 볼 때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라곤 여론이 더 나빠진 사실뿐이다. 그렇다고 대학이 부풀려진 여론에 심판을 맡겨야 하나. 황우석 교수 사태가 커진 것은 학문적 판단을 여론재판에 맡겼기 때문이었다.
동국대는 사법적 판단에 맞춰 처벌 수준을 정할 일이 아니다. 강 교수 주장의 논거를 학계에 던져, 그것이 타당한 가설인지 학문적으로 검증토록 하고, 이를 근거로 판단하도록 해야 했다. 강 교수 역시 책임있는 자세를 취해야 했다. ‘만경대 정신’과 민족 해방전쟁에 대한 이후의 혼란스런 설명까지 학문적 신념으로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 특히 학문의 자유엔 엄격한 자율적 책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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