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7 21:27
수정 : 2005.12.27 21:27
사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생활시간 조사 학술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미국·독일 남성의 30% 안팎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업주부 등을 빼고 일하는 남녀로 한정해 비교해도 이런 격차는 마찬가지다.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기피가 여전한 것이다.
가사노동 시간 차이가 무엇보다 남녀 차별에서 비롯된다는 건, 여가시간과 노동시간에서도 확인된다. 일하는 한국 남성의 여가시간은 여성보다 50분 긴데, 이 차이는 일을 1시간24분 더 하는 대신 가사노동을 2시간12분 적게 해서 확보된다. 한국 남성은 여성보다 일을 많이 하되, 가사노동을 이 차이보다 더 줄임으로써 여가를 늘리는 셈이다. 미국과 독일 남성의 여가시간도 여성보다 각각 30분과 22분 길지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수면이나 개인관리 시간을 줄여서 확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남성의 가사노동 기피는 구조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남성 취업자는 하루 7시43분 일하는데, 이는 미국·독일 남성보다 각각 22%와 40% 정도 길다. 여성 취업자의 상황은 더 심각해서, 일하는 시간이 미국·독일 여성보다 각각 20%와 60% 길다. 이 때문에 일하는 남녀의 평균 가사노동 시간이 두 나라의 57% 정도에 불과하다. 여가시간이 긴 것도 아니다. 남녀 평균을 보면, 미국에는 약간 못미치지만 독일보다는 17%나 짧다. 일에 지쳐 가정을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출산장려를 위해서도, 육아 같은 ‘보살핌 노동’의 사회화를 확대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한편, 남녀 차별을 줄이는 등의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해법을 고민할 때다.
광고
기사공유하기